▲ 작품앞에 선 김무화 작가

공예를 먼저 떠올리는 우리나라의 자개와 일본 마키에를 회화에 접목시킨 김무화 화가의 국내 첫 개인전이 대전 갤러리C에서는 16일 개막해 오는 9월 5일까지 열린다.

김무화 작가는 2003년 일본에 건너가 2006년　동경쥰신여자대학 현대문화학부 예술문화학과 미술코스 학사과정을 졸업하고2009년　동경예술대학・대학원 미술연구과 박사전기과정(서양화전공)을 수료하고 일본 동경 긴좌의 화랑가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마키에는 일본이 화려함을 자랑하는 기법으로 장식하고자 하는 면에 옻으로 문양을 그리고 그 위에 금·은·주석 가루나 색가루를 뿌려 굳히는 기법으로 보통 옻칠을 한 바탕 위에 장식을 하지만 칠하지 않은 바탕 등에도 응용된다.

칠바탕에 칠 퍼티(putty)와 백연, 유연, 분말, 장뇌, 금이나 은박을 섞은 혼합물로 부조 장식무늬를 넣는 다카마키에[高蒔繪] 기법과 작은 금이나 은 가루를 뿌려 넣은 칠을 켜켜이 쌓고 문질러 주로 황금색을 표헌하는 나시지[梨地] 기법이 대표적이다.

나라 시대[奈良時代]의 맛킨루[末金鏤]가 마키에의 원초적인 형태로 여겨지며 마키에라는 명칭이 기록에 나타나고 작품을 남긴 것은 헤이안 시대[平安時代]부터로 귀족사회에서 사원건축이나 가구·문방구 등의 장식에 사용되다가 차츰 무가나 서민들도 애용하게 됐다.

현재는 인쇄기술 등을 응용한 다양한 새로운 기법의 마키에 작품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김무화 작가는 회화에 마키에 기법을 접목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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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화 작가는 “크레파스보다 더 작은 손가락으로 몇 장이고 그림을 그리면서 한 없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 색색의 선을 그으면서, 물감을 섞으면서 느꼈던 감동과 두근거림을 간직한 채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사람을 모티브로 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인물화’ 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작품 속 인물은 작가의 사념과 관객의 관념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매개체의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또 “누구나 한번은 반드시 거쳐 지나가는 어린 시절의 시간을 통해, 관객은 자기 자신의 어떤, 기억과 같은 것을 불러일킨다”며 “물론 거기에는 작가의 모습도 투영되어 있으며, 따라서 제 작업의 목적은 그림 속 아이와, 관객과 작가가 서로 내부 깊은 곳에서 부터의 소통을 하는 게이트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아무런 준비나 생각이 없이 그냥 디자인을 배워 취업해 볼까 하는 생각에 21살에 동경에 와서 대학에 들어갔는데 작품을 본 교수가 디자인을 하기에는 소질이 아깝다며 미술을 할 것을 권유했고,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저는 아무런 고민 없이 서양화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대학 1,2학년 때 대부분의 강의를 수강하고 3학년 때는 새벽부터 오전에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마련한 돈으로 재료를 사서 오후에는 그림을 그렸고, 4학년 때에는 졸면서 자는 시간을 빼고는 그림을 그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본어 실력도 늘었고,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고, 생활 속에서 많은 그림의 소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작가는 “대학교 4학년 때 지도 교수가 대학원 진학을 강력히 권유했지만 동경예술대 대학원은 경쟁이 치열해 오랫동안 미술을 공부한 일본 학생들도 입학이 어려워 응시에 의미를 두고 시험을 보았는데 합격했고, 이 것이 디자인이 아닌 그림으로 밥을 먹는 화가의 길을 걷게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 jellyfish

“대학원에 진학해 서양화를 공부하면서 옻칠과에 가 따로 옻칠을 배우기 시작해 결국 옻칠을 배우는데 3년 금가루를 입히는 마키에 기법을 배우는데 3년이 걸렸고, 자개를 회화에 안정적으로 접목하기 위한 연구와 시도에 3년이 걸렸는데 옥칠을 배우는 과정에서 온 몸에 옻이 올라 죽을 것 같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며 “한번 결정하면 몰입하는 성격 덕택에 이방인에 대해 배타적인 경향이 강한 일본과 순수 미술 생태계에서 이제는 조금씩 인정받는 화가로 자리잡는 것 같다”며 “국립대학은 학비가 그리 비싸지는 않은 편이라 고생할 의지가 있는 젊은 학생들이라면만 디자인이나 설계 등 일본에서 도전해 볼 분야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개를 회화에 접목하게된 계기에 대해 “대학에서 전공분야인 서양화 연구와 더불어 금가루로 모양을 내는 마키에를 배워 작품 활동을 하는 동안 나의 정체성에 대해 아무런 의식 없이 지냈는데 어는 순간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있어서 한국에서 시작된 것을 찾은 자개를 발견했고 아무도 자개를 회화에 접목하지 않은 것을 알고 접목을 시도했다”며 “지금까지 없던 방식이기 때문에 그림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까지 년이 결렸고, 이제는 한지와 양가죽 기모노 천 등에 그린 그림의 몸체일부분에 넣어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만의 독창적이면서, 한국의 예술 혼이 담긴, 제가 꾸준히 앞장서 개척해 나갈 만한 분야를 사유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자개를 떠올리게 됐고 이제 독자적으로 한국의 자개를 회화에 접목시킨 방법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자개작업은 한편으로는 약 15년의 도쿄생활을 통해 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림의 대상이 어린 아이나 소녀의 이미지가 강한 이유에 대해 “어린아이라는 매체는 과거에만 한정되지 않고 미래로 이어지는 기대와 꿈을 연상시켜주는 만큼, 미지의 우주와 생명이 시작되는 물. 어릴 적 낙서 속 두근거림과도 같은 심장의 고동을 제 그림 앞에 선 여러분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현재, AI등을 세부 표현 주제로 하고 있는 시점에서 모국에서의 첫 개인전이 과학과 교육의 도시인 대전이라는 점도 다시 한 번 커다란 기대와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고 피력했다.

▲ I heartfelt sound 2017

“제 그림은 한지에 드린 것, 양가죽에 그린 것, 기모노 천에다 그린 것이 있는데 모두 (그림속)몸의 일부분에 자개를 넣어서 표현하고 있고, 자화상은 별로 안 그리는데 모델에 자기투영을 한 부분이 있어 그림 속 인물에서 작가의 이미지를 느끼는 관객도 있는 것 같다”면서 “그림에 모델이 있고, 모델에 자기 투영을 한 부분도 있지만 작가가 일방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아니라 모델과 작가 및 보는 사람 3인의 커뮤니케니션이 제 작품의 목적이며 모델이 어린이라서 누가 봐도 자기 기억과 자기 회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온 것이 대전을 두 번째 방문하는 것으로 처음 방문은 초등학생이었던 1993년 대전세계엑스포 당시 였다”면서 “어린 마음에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것이 신기했고 다양한 과학과 우주를 소개했던 엑스포장에서의 감동이 지금의 제 작품에 투영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김무화 화가의 작품 속 서명은 독특하게 컴퓨터 회로기판을 마키에 기법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작가 본인의 설명이 있기 전에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이 반도체 형상의 서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동경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처음에는 솔직히 그림을 판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녹녹치 않아 통역을 했는데 한번은 인공지능과 로봇 등 반도체와 관련된 설계 분야 전문가와 일본 회사와의 통역을 했더니 그 회사에서 통역이 필요할 경우 전담을 요청해 비교적 높은 비용의 알바를 했었다”면서 “디자인 분야의 취업을 고려할 당시 이 분야의 디자인에 대해 공부했기 때문에 전문 분야이지만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전문지식을 통역할 수 있었고, 이 분야의 전문 통역사(?)로 활동하면서 인공지능 등 과학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관심도 깊어져 작품에 반영함은 물론 서명도 이 것으로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특별히 일본에 대한 관심도 연고도 없는데 우연히 일본에 가게됐고, 미술은 좋아했지만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입시 미술을 공부한 적은 없었다”면서 “완벽한 계획과 준비를 하고 일본에 오는 것도 좋지만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젊은 이는 뜻한 바가 있으면 시도해 보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김무화 작가

현재 일본에서의 활동은 “동경 긴자에서 1년에 한두번 기획전을 열고 있고 그룹전으로 매달 한번 꼴로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일본은 최근 미인도를 그리는 것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고, 그림도 잘 팔리지만 방향을 전환할 생각은 없다”며 “일본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한국 진출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도, 장소가 바뀌어도 마음속에 남는 소중한 한 가지를,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는 표현으로 전달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문을 열어 주신 갤러리측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