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12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2층 컨런스홀에서 사)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 제2회 콜로키움에서 ‘바람직한 출연(연)발전전략과 국회 및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주제발표를 하였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과학기술정책은 무엇보다 과학기술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충분히 반영하여야 하는데, 정부는 연구현장의 의견수렴을 외면한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 전혀 바뀌지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부터 출연(연)의 통폐합을 추진하면서도 연구현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부쳐 과학기술계의 커다란 혼란을 야기시키고 종국에는 중단하고 말았던 실패사례가 박근혜정부 들어서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STEPI, KISTEP, KISTI를 통합하여 ‘과학기술정책원’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전에 연구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강압적으로 통보하는 밀실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STEPI, KISTEP, KISTI는 이미 오래전에 정책과 평가의 독립된 기능을 인정받아 독립하여 지금까지 독자적 전문역량을 축적해 왔는데 이제와서 다시 통합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부당한 결정이며, 특히 KISTI의 가장 중요한 핵심기능인 NTIS분야를 빼내서 STEPI와 KISTEP 등 2개 기관과 통합하려는 것은 KISTI를 사실상 해체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R&D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국가R&D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마치 국과심의 위원 구성, 그리고 KISTEP, STEPI, KISTI 등 관련기관의 분리가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눈가리고 아웅식의 탁상행정이고, 특히 범부처적 종합조정을 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진 ‘전략본부’ 설치도 문제지만 KISTEP, STEPI, KISTI 등 3개 기관을 통합해 전문지원기구로 설립하려는 ‘과학기술정책원’은 범부처적인 전문지원기구가 아니라 결국 정부의 시각과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하나의 꼭두각시 기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KISTEP, STEPI, KISTI를 통합한 과학기술정책원 설립은 과학기술계의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졸속행정이며, 각 기관의 고유 설립 목적과 역할을 무시한 결정으로 국회차원에서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반드시 저지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1단계 정상화 정책의 결과 출연연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복지수준도 축소되었는데, 올해에도 소위 2단계 정상화 정책(퇴출제[2진아웃제], 누적식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미국을 위시한 소위 선진국들이 오랜 연구를 거쳐 성과주의는 창의성과 협동, 융합연구를 저해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데도 기획재정부는 낡은 성과주의의 칼날을 앞세워 출연연 종사자들에게 획일적으로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연구기관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공공기관의 획일적 잣대로만 들이대는 것으로 결국 연구현장의 사기와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며, 정부는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말고 연구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과학기술인들이 신명나게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①과학기술계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②안정적인 연구환경과 연구자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PBS제도 개선 및 출연금을 실질적으로 확대 ③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고 정규직 전환 등 고용안정 방안을 추진 ④우수한 연구인력의 유지와 유입을 위해 정년 환원 등 사기진작책을 강화 ⑤가짜 ‘정상화 정책’을 즉각 중단 ⑥과학기술인연금 확충에 힘써야 할 것이다.

 2010년 ADL보고서는 우리나라 국가R&D의 핵심적인 문제로 ① 비전문가에 의한 R&D 정책 결정, ② 과학기술발전보다 부처 간 예산 확보 중시, ③ 실효성 있는 R&D 추진 어려움, ④ R&D 정책 성과 저하, ⑤ 과학기술계에 대한 불신, ⑥ R&D 의사결정 권한 위임 미흡의 6단계가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악화를 구축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선도형 R&D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성찰없이 외국 과학기술 정책을 도입하여 실행한 ‘세계 과학기술정책의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벗고 우리의 환경과 여건에 적합한 R&D 정책을 정교하게 입안하고 과학기술인들이 신명나게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 연구환경의 조성에 앞정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