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번째 월요일 아침편지를 띄웁니다.

저는 8년 이상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월요일마다 지인들께 아침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정치’에 관한 글은 거의 쓰지 않다가, 지난 주 아침편지에는 평소 제 소신을 담은 ‘쉬운 정치는 어렵게 하고, 어려운 정책은 쉽게 한다.’는 제목의 글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러자 엉뚱한 데서 그 글에 대한 약간의 잡음이 생겼습니다. 어느 신문에서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추진을 발표한 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고가 자기부상 열차를 추진했던 전직 시장의 발언은 마치 시정을 겨냥한 것처럼 보여진다”는 주장이 있다는 기사를 낸 것입니다. 그러면서 기사 말미에 “정치권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이지 대전시정에 관한 비판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발표한 ‘스마트’ 트램은 교통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제 인터뷰를 덧붙였습니다.

기사 형식상 해명은 되었지만, 이는 거꾸로 마치 제가 트램을 찬성하는 것 같은 오해를 일으켜 많은 분들의 문의가 잇따랐습니다. 그래서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트램과 고가 자기부상열차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제 생각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해두고 싶습니다. “그동안 도시철도 2호선의 트램 건설을 반대해 왔는데 생각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먼저 설명드립니다. 이것은 대전시가 용어를 혼용하면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원래 공식 용어는 트램이고 우리말로는 노면전차인데, 대전시에서는 트램과 ‘스마트’ 트램을 구분하여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스마트 트램은 전문용어가 아니고 대전시가 도시철도용 트램과 도심외곽 또는 보조지선으로서의 트램을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전자를 트램으로, 후자를 스마트 트램이라고 명명한 것 같습니다. 물론 편의상 그렇게 사용할 수는 있지만, 사전에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으니 시민들이 트램과 스마트 트램을 혼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도시철도를 트램으로 건설하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와 별개로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겪는 특정지역에 대한 셔틀식 단선으로 5킬로 내외의 트램(대전시에서 얘기하는 스마트 트램)은 예산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제가 도시철도의 트램방식을 반대하는 것은 국내외의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19세기 말 미국으로부터 실용화된 트램방식이 현재 유럽에 확대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도 과거 서울 전차가 1968년까지 운행되었기 때문에 트램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또 유럽에서의 트램방식은 소도시나 관광용이 대부분이고 대도시에서의 트램은 전용노선이 확보됐을 때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전의 경우, 전용노선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도로에서 운행하는 다른 교통수단 예컨대 승용차, 택시, 버스, 화물차 등과 혼합하여 운행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먼저 전용선로가 아닌 경우, 교통 혼잡이 극심해질 터이며 속도가 시간당 18킬로 정도로 저하되어 신속성, 정시성 확보가 불가능하며, 만일 사고가 발생한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기후 등의 문제로 차량 운행이 불가능할 때 대체 교통수단의 부재로 대중교통 마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트램을 홍보하는 측에서는 노약자의 교통 편의를 위한다고 하지만 노약자가 트램을 타려면 도로를 횡단해서 트램 승강장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교통약자의 안전에 도리어 취약점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고가 방식은 지금의 지하철(도시철도 1호선)처럼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도록 되어 있어 더욱 편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무엇보다도 국내에선 적용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에 트램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따라서 인구밀도가 높은 대전 같은 대도시에서는 기존의 도로를 침범해 트램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앞에 장애물이 없어 충분한 속도를 낼 수 있는 지하화나 고가 방식이 타당하지만, 현재 정부에서는 도시철도 지하화는 경제성의 이유로 허가를 유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더욱 허가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근 어느 도시도 도시철도의 지하화는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가로 건설 시 도시미관을 우려한다는 일부 견해가 있으나 이미 대구의 고가방식 도시철도 3호선의 개통에서 알 수 있듯이 교각 및 상부구조물의 슬림화로 오히려 도시미관이나 일조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전의 차종은 대구의 모노레일과는 다른, 자기부상열차 시스템 도입을 계획하였었는데 자기부상열차는 모노레일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적고 더욱 슬림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자기부상열차는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개발한 국책사업이기에 과학도시로서의 상징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차종입니다.

현재 트램을 연구하기 위해 대전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유럽 각지에 사람들을 견학차 내보내는데, 유럽에 가기 전에 최근에 개통한 대구 도시철도 3호선 고가 모노레일과 인천 고가 자기부상열차를 먼저 견학하실 것을 권고합니다. 아마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참고로 다음은 네이버에 소개된, 고가로 건설된 대구 도시철도 3호선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난 4월에 개통된 대구 지상철(고가 모노레일)은 달리는 전망대로 불린다. 지상 10미터 높이의 하늘열차는 대구 도심 위를 달리며 다이내믹한 풍경들을 선사한다. 높은 빌딩 사이를 지나고, 넓은 강 위를 달리고, 다닥다닥 지붕 위를 날아가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얼굴의 대구를 만난다. 빌딩 사이로 보는 노을과 일출도 특별하다. 하늘 열차에서 내리면 가보고 싶었던 대구의 명소와 먹거리들이 기다린다. 3호선은 신나는 대구여행의 새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