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문제의 재제기

6․4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선 6기가 출범했다. 언론들은 지난 선거의 결과를 두고 여‧야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승부로 평가하는 분위기 였다. 즉 유권자들은 여‧야 어느 편도 기울지 않은 채 대통령과 여당에게는 자성의 기회를, 야당에게는 견제의 기회를 준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지난 선거가 애초부터 정당개입을 전면 허용하는 가운데 정당의 대리전 같이 치러진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본래의 의미와 기능을 놓고 볼 때, 지난 선거의 결과는 한마디로󰡐중앙정치의 완승󰡑이자󰡐지방자치의 완패󰡑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이다. 이로써 한국의 지방자치는 부활된지 23살의 성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는 여전히 유아기에 머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로 인해 향후 민선 6기하에 지방자치도 그 성공적 정착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해 졌다고 볼 수 있다.
 6․4 지방선거는 앞으로 지방선거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또 법과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교훈을 주고 있다. 먼저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지역별 일당독점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초의원은 물론 기초단체장까지 정당공천을 반드시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광역선거와 기초선거는 분리 실시되어야 한다. 동시선거의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일당지배 구조하에 나타나는 지방자치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에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민선 6기에서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된 채 다음의 총선이나 대선을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지방자치의 미래에 희망을 갖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현 시점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방선거의 변질로 인한 민선 6기 지방자치의 왜곡 가능성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한국의 지방자치가 바른길을 향해 나가도록 잘못된 지방선거와 자치제도를 지금부터 바로잡는 일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이 당면한 국가혁신을 위해 그리고 갖 출범한 민선 6기의 성공을 위해서도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  6․4지방선거 정당참여의 실태와 문제점

지방자치의 본질과 원칙에 위배된 지방선거의 과정과 결과는 지난해부터 여․야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문제를 놓고 대립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이런 저런 궁색한 이유를 달아서 지방선거에서 지방공천을 전면 유지토록 했다. 특히 대통령과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태도를 바꿔 정당공천제를 억지로 지킨 것은 국민과의 약속위반이며, 이번 선거를 왜곡시킨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6․4지방선거를 2010년 선거와 비교해 보면, 광역단체장의 경우 여․야간 비율의 격차는 달라지지 않았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야당의 비율은 근소하게 감소하였으나, 여당은 31,0%에서 51.8%로 크게 증가했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도 여당의 당선자 비율이 크게 높아진 반면, 야당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제도권 정당의 가능성을 기대했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계열의 정당들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음으로서 지방선거 정당참여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이 결과는 지방선거임에도 북구하고󰡐세월호 침몰󰡑이라는 중앙이슈 경쟁에서 여당이 선전하고 공천과정에서의 잡음과 갈등이 야당에서 더욱 심각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지난 선거는 기본적으로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지방공약과 정책보다는 중앙정치의 이슈들을 중심으로 아젠다가 설정되었고, 아젠다 구조 역시, 여당의󰡐정권 안정론󰡑과 야당의󰡐정권 심판론󰡑이라는 구조가 첨예하게 대립한 선거였다. 중앙정치에의 예속으로 인한 지방정치 본연의 정책이슈 실종은 전국 동시선거, 지역주의에 기인한 정당간 당리당략과 네거티브 방식의 선거운동, 정당공천제 유지로 인한 파행적인 정당공천 방식까지 겹쳐서 정책 중심의 선거를 불가능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과정에서의 각종 비리와 잡음, 정치신인과 여성에 대한 진입장벽 등의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심각하게 나타났다. 새누리당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한다며 공천관리위원장이 서류심사, 면접, 여론조사 등의 자격심사를 통해 컷오프를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여론조사만으로 결정했다. 그 결과조차 공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여론조사 자체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조사의 타당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도 않은데다 조사대상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또 그 응답률도 10%가 안되는 타당성 없는 조사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착신전화 조작으로 여론을 왜곡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니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은 물론 대대수 유권자들도 공천에 대하여 크게 불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통한 지역주의 투표행태는 여전히 그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특정 지역에서 무조건 일자투표를 하는 식의 지역주의는 다소 사라졌다는 새로운 변화는 있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부산․경남, 대구․경북 선거구에서 그리고 새누리당은 광주․전남․북 선거구에서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을 한사람도 선출하지 못한 것으로 볼 때, 지역주의의 장벽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많은 지역에서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자치는 지역 현안에 대해 정통한 지역 인사들이 중심으로 지역환경에 맞는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실시되는 지방자치의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서 현행 정당공천제 폐해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종합적으로, 지난 선거결과에서 정당공천과 관련해거 나타난 심각한 문제점을 정리해 보면, 첫째,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이슈는 실종되고 중앙정치의 쟁점만 부각된 채, 주로 정권의 중간평가적 의미로 치러졌기 때문에 지방선거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중앙정치의 과도한 개입으로 지방의제와 정책이 사라진 동시에 생활정치 영역에서의 정당공천 폐해를 다시금 확인하는 선거였다는 평가가 공감을 얻고 있다. 따라서, 많은 유권자들의 쌓여왔던 불만들이 선거를 통해 다소 해소되었는지 몰라도 고비용․저효율의 고질적인 선거관행은 되풀이 되고 만 것이다.
 둘째,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당이 과도하게 개입해서 들어난 부작용은 자못 심각하다. 정당공천제의 유지를 위한 명분으로 도입한 것이 상향식 공천이다. 그러나 공천을 둘러싼 비리와 부작용은 정도를 넘었다. 공천부탁을 하기위해 동붕투를 건낸 예비후보들이 곳곳에서 적발되었으며 국회의원들의 경선개입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그 결과,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신인들의 진출은 기대 밖이었다. 공무원의 줄서기 관행도 근절되지 않았다. 인물과 공약 중심의 정책선거는 또다시 자리잡지 못했다. 비례대표제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에 대한 후보자들의 충성심만 더욱 공고히 했을 뿐이다. 기초의원 중선거구제도 당내 내부갈등을 부축이고, 결국 지역주민들의 혼란과 무관심만 부채질 하고 말았다.
 셋째, 지방정치에서 일당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되었다. 즉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특정당이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그리고 각 지방의회의 과반수를 점유하여 일당 독점적인 양상을 계속 보인 점이다. 따라서, 중앙 정당정치의 지역분할구도는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종속시킬 가능성을 보다 크게 열어놓고 있다. 더욱이 단체장과 의회간의 기관대립형 제도을 취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당 독점구조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치제도의 취지를 상실케하고 있다.
 다섯째, 새롭게 도입한 상향식 경선방식의 공천은 여성이나 정치신인에게는 대단히 불리하게 작용했다. 여성의 경선 승률은 40%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국회의원과 단체장 출신 후보들은 상향식 경선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매우 유리했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선거인 명부에 접근하느데 있어서나 인지도 측면에서 유리한 점은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반영되었다. 또한, 후보경선을 위한 선거인단 모집에 특정 후보에 대해 충성도가 높은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편파적으로 많이 동원되는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여론조사의 문제도 매우 심각해서 조사결과에 대한 낮은 신뢰도, 오차범위의 무시, 여론조사의 조작 가능성, 표본추출의 오류 등의 문제를 제기했으며, 여론조사 실시와 관련한 높은 비용은 모두 후보자가 부담하게 함으로서 돈많이 드는 선거를 다시 재현하고 말았다. 따라서, 상향식 공천에 따른 진입장벽의 문제, 전․현직 국회의원과 단체장 중심의 재공천, 여론조사의 한계, 진성당원의 부재에 따른 편법 동원선거, 높은 경선비용 문제 등은 비정상적인 정당공천이 그 원인이 된 바 그 존폐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되었다.

- 결론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역대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정당공천제를 유지했으면 그 제도와 방법을 혁명적 수준으로 바꿔야 했다. 그러나 바꾸는 것은 고사하고, 잘못된 제도를 수정하는 것 조차 각 정당은 철저히 외면하고 말았다. 즉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한시적으로 배제하든지 아니면 정당공천 절차와 제도를 실질적으로 개혁하든지 최소한 양자택일 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어야 했는데 또다시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 정당참여로 인한 장점보다 폐해가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6․4 지방선거를 끝낸 시점에서, 정당공천제 문제는 선거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풀어야 한다. 상향식 정당공천제로 나타난 심각한 폐해, 지방자치의 성공적인 정착, 그리고 국민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을 해소하려 한다면,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서 다시금 그 해결책을 찾아서 미리 선거법과 제도를 개선해 놓아야 한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고 주민의 정치불신만 조장했던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지난 5번의 지방선거를 통해 그 한계와 폐해가 확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기초선거에서 만큼은 한시적으로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지금 위기에 놓인 정당정치와 지방자치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자치가 성년기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볼 때,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문제는 정상적인 지방선거를 통한 올바른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박근혜정부 최우선의 국정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